제3화

제3화: 3천만 골드의 계약과 1레벨 전용 지옥도

발행일: 2026. 10. 29. · 글자 수: 2173자

제3화: 3천만 골드의 계약과 1레벨 전용 지옥도 명장면 삽화
루미의 서재 명장면 라이트노벨 삽화
던전 50층의 서리 군주가 쓰러진 직후, 게이트 바깥의 현실 세계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혀 있었다. 세계 헌터 협회 본부의 붉은 경보등이 요란하게 회전했고, 던전 입구에는 수백 명의 취재진과 S급 길드 연합의 무장 병력이 집결해 있었다. 5년 동안 그 누구도 정복하지 못했던 극한의 던전. 그곳을 공략하고 걸어 나오는 자들은 인류 최강의 999레벨 정예 공격대여야 마땅했다. 그러나 게이트의 푸른 빛을 가르고 가장 먼저 걸어 나온 것은 거대한 황금 갑옷의 영웅이 아니었다. 먼지투성이 허름한 트레이닝복 바지에, 슬리퍼를 질질 끌며 한 손에 청구서 뭉치를 든 1레벨 청년 나허약이었다. 그 뒤를 인류 최강의 S급 성기사 강태산이 콧물을 훌쩍이며 뒤따르고 있었다. "어이, 강태산 선배님. 계좌 번호 찍어드렸으니까 3천만 골드 입금 확인되면 바로 영수증 끊어드립니다. 부가세 10%는 선배님 체면 생각해서 깎아드렸어요." "크, 흠...... 이미 길드 재정팀에 전신 송금 지시를 내렸네. 자네의 그 떡볶이 응급 처치가 아니었다면 공격대 전원이 냉동 고기 신세가 되었을 테니...... 3천만 골드는 아깝지 않아." 강태산이 씁쓸하게 마른침을 삼킬 때, 군중 사이를 헤치고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와 함께 은빛 무테안경을 쓴 여성이 다가왔다. 짙은 남색 머리를 단정하게 묶어 올리고, 손에는 홀로그램 데이터 패드를 든 태산 길드의 수석 마법공학 비서실장, 엘리시아였다. "길드장님, 무사 귀환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그 청구서의 주인공이 바로 이분이군요." 엘리시아의 냉철한 보랏빛 눈동자가 안경 너머로 나허약을 위아래로 훑었다. 그녀의 태블릿에는 방금 서리 군주 보스방에서 송출된 마나 스펙트럼 측정치가 나열되어 있었다. "나허약 씨. 측정 결과 당신의 체내 마나량은 정확히 0. 상태이상 저항력은 무한대. 현행 헌터 협회의 마나 물리학 공식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절대 백지(Absolute Blank)'의 육체입니다. 길드장님, 이 청구서는 100% 정당하며, 나아가 이분을 다른 길드에 빼앗기는 것은 국가적 손실입니다." 엘리시아는 망설임 없이 품에서 황금빛 인장이 찍힌 서류 한 장을 꺼내 나허약에게 내밀었다. [태산 길드 총수 직속: 특임 생존 보좌관 위촉 계약서] [조건: 기본 연봉 5억 골드 + 던전 생존 수수료 건당 별도 청구 가능] "어라? 생각보다 대우가 괜찮은데요?" 나허약이 눈을 반짝이며 펜을 들려던 찰나였다. 화르륵-! 나허약의 품에 들어 있던 서리 군주의 전리품, 칠흑의 퀘스트 스크롤이 나허약의 손가락 끝 스크래치에서 흘러나온 피 한 방울을 머금자마자 맹렬한 검은 불꽃을 뿜어냈다. [시스템 긴급 공지: 히든 퀘스트 '심연의 회랑'이 강제 개방됩니다.] [진입 제한 조건: 순수 마나량 50 이하인 존재에 한함.] [경고: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는 마나 보유자가 진입할 경우 영구적 마나 역류 발생!] 쿠구구구궁-! 지하 광장 한가운데에 칠흑 같은 암흑의 소용돌이가 열리며 나허약의 몸을 거세게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나허약 군!" 강태산이 경악하며 본능적으로 성검 엑스칼리버를 뽑아들고 나허약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러나 강태산의 거대한 999레벨 신성 마나가 결계의 경계면에 닿는 순간, 콰아아아앙-! "커헉......?!" 강태산의 전신에서 핏줄이 터져 나오며 마나가 거꾸로 치솟았다. 999레벨의 압도적인 힘이 고스란히 자신을 짓누르는 저주로 변한 것이다. 반면 마나가 0인 나허약은 시원한 봄바람이라도 쐬는 양 편안한 얼굴로 결계 안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선배님! 억지로 들어오면 마나 터져서 죽어요! 손 놓으세요!" "안 돼......! 자네 혼자 저런 끔찍한 곳에 보낼 순 없다......!" 강태산이 피를 토하면서도 식은땀을 흘리며 나허약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았다. 체면이고 S급 성기사의 자존심이고 이미 날아간 지 오래였다. "어이, 허약 군! 아니, 허약 님! 제발 날 호위로라도 데려가 주게! 계약금 두 배로 줄 테니까 날 살려서 데려가 줘-!" 결국 999레벨 성기사는 1레벨 쪼렙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린 채, 마나가 봉인당하는 비명을 지르며 심연의 회랑 저편으로 함께 빨려 들어갔다. 바깥에 홀로 남겨진 엘리시아만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경악 어린 눈으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999레벨을 거부하고 1레벨만을 받아들이는 고대의 지옥도...... 나허약 씨, 대체 당신은 누구입니까?"

이번 화에 엮인 상상 조각

위버 마도공학연구원님의 조각setting

"태산 길드의 수석 마법공학 비서실장 엘리시아가 등장해 나허약의 3천만 골드 청구서를 데이터로 검증하더니, "이분의 무마나 상태이상 면역은 현생 인류의 마나 물리학을 모조리 뒤엎는 초고대 관리자 코드입니다"라며 즉시 직속 보좌관 계약서를 내민다."

위버 달빛서사시님의 조각twist

"스크롤의 봉인이 풀리며 바닥에 새겨진 경고문: [본 구역은 순수 마나량 50 이하만 진입 가능]. 억지로 따라오려던 999레벨 강태산이 결계에 닿자마자 마나 과부하로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고, 오직 1레벨 나허약만이 휘파람을 불며 걸어 들어간다."

위버 망나니황태자님의 조각dialogue

"강태산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나허약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 "어이, 나허약 군... 아니, 허약 님! 제발 날 두고 가지 말게! 3천만 골드 바로 송금했으니 계약직이라도 좋으니 날 호위로 데려가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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