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제5화: 시스템의 오류인가, 관리자의 유산인가

발행일: 2026. 10. 29. · 글자 수: 2134자

제5화: 시스템의 오류인가, 관리자의 유산인가 명장면 삽화
루미의 서재 명장면 라이트노벨 삽화
회랑의 끝에 도달했을 때, 나허약과 강태산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끝없는 성운이 소용돌이치는 초현실적인 원형 광장이었다. 바닥은 투명한 유리처럼 은하수를 비추고 있었고, 그 중심에 세워진 '지혜의 제단' 위에는 은빛 입자로 이루어진 거대한 인형(人形)의 영체가 떠 있었다.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고대 아카샤 문명의 시스템 수호령, 카이로스였다. [......드디어 도달했는가.] 카이로스의 음성은 고막이 아닌 영혼 깊은 곳을 직접 울렸다. 그 초월적인 영압 앞에, 간신히 나허약의 등에 업혀 있던 S급 성기사 강태산은 숨조차 쉬지 못하고 압도당했다. 999레벨이라는 인류 최강의 위상이 이 고대의 존재 앞에서는 모래 알갱이처럼 초라해졌다. [마나의 탐욕에 눈이 멀어 시스템이 던져준 999라는 가짜 먹이를 게걸스럽게 삼킨 사육체들이여.] 카이로스의 서늘한 은빛 시선이 강태산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 시선이 나허약의 온몸에 닿는 순간, 카이로스의 영체 주변을 맴돌던 무수한 고대 회로들이 눈부신 황금빛으로 점멸하기 시작했다. [......오오, 이것은...... 마나 회로의 완전한 공백(Void).] [단 한 점의 거짓된 시스템 데이터에도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백지(Blank).] 카이로스가 천천히 제단에서 내려와 나허약의 앞에 섰다. 그의 투명한 은빛 손가락이 나허약의 이마에 닿는 순간, 나허약의 귓가에 세상의 모든 잡음이 멎고 청명한 시스템 알림음이 울려 퍼졌다. [시스템 코어 접속: 관리자 식별 코드 대조 중......] [일치율 100%. 대상 '나허약'을 임시 최고 관리자 대리인으로 승인합니다.] [관리자 고유 권한이 영혼에 각인됩니다: 명령어 [Level Balance Lockdown]] "허약 군...... 자네, 대체......" 강태산은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신화적인 광경에 넋을 잃었다. 단순히 운이 좋아 마나가 0인 별종 쪼렙인 줄 알았던 청년이, 이 세계를 설계한 태초 시스템의 유일한 계승자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었다. 강태산은 비틀거리며 나허약의 등에서 내려와, 엑스칼리버를 두 손으로 받쳐 든 채 무릎을 꿇었다. 비즈니스 계약 관계가 아니었다. 999레벨의 거짓된 힘에 도태될 뻔한 자신을 구하고 진실을 밝혀낸 존재를 향한, 기사로서의 가장 숭고한 맹세였다. "......나허약 군. 아니, 나의 주군이여. 태산 길드의 모든 명예와 제 검을 당신께 바치겠습니다." "아이구 선배님, 이러시면 대여료 청구서 쓰기 민망해지는데...... 일단 일어나세요!" 나허약이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지지직-! 치이익! 나허약의 주머니에 들어 있던 통신 단말기가 거친 노이즈를 뿜어내며 비상 채널을 강제로 개방했다. 스피커 너머로 들려온 것은 숨을 헐떡이는 엘리시아 비서실장의 다급한 목소리와 요란한 마법 폭격음이었다. [치직...... 나허약 씨! 길드장님! 듣고 계십니까?!] [던전 50층 출구 게이트가...... 블랙 드래곤 길드에게 장악당했습니다!] [길드장 한도진이 999레벨 정예 암살단을 끌고 와 협회 경비대를 제압했습니다...... 나허약 씨의 특이 체질을 가로채 생체 실험체로 삼겠다며...... 탕! 꺄악-!] "엘리시아 실장님?!" 강태산의 눈이 뒤집혔다. 스피커 너머에서 비열하고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블랙 드래곤 길드장 한도진이었다. [크크크, 강태산. 안에서 쪼렙 꼬맹이랑 꽁냥대고 있나 본데 말이야. 살아서 나오든 죽어서 나오든 상관없다. 10분 안에 그 1레벨 꼬맹이를 내 앞에 바치지 않으면, 이 잘난 비서실장의 목부터 분질러 놓지.] 통신이 끊겼다. 강태산의 황금빛 눈동자에 걷잡을 수 없는 분노의 살기가 피어올랐지만, 심연의 회랑에서 입은 마나 역류의 내상 탓에 주먹을 쥐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러나 나허약의 표정은 차분했다. 그의 귓가에는 방금 카이로스가 전수한 관리자 권한의 안내음이 또렷하게 맴돌고 있었다. [명령어 [Level Balance Lockdown]: 반경 100m 내 모든 존재의 레벨을 10초간 '레벨 1'로 강제 평준화합니다.] 나허약은 어깨에 멘 낡은 강철 빗자루를 손바닥으로 탁탁 쳤다. 그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선배님, 나가죠. 999레벨 힘만 믿고 깝치는 양아치들한테...... 진짜 1레벨 싸움이 뭔지 참교육해 줄 시간입니다."

이번 화에 엮인 상상 조각

위버 달빛서사시님의 조각twist

"회랑 중심부 지혜의 제단에서 반투명한 은빛 거인의 영체 카이로스가 나타나 나허약의 이마에 손을 얹는다. "거짓된 999레벨의 힘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백지(Blank)여. 그대에게 시스템 관리자 권한 코드 [Lockdown]을 넘기노라.""

위버 소환수의눈물님의 조각dialogue

"카이로스의 영압 앞에서 나허약의 정체를 목격한 강태산은 부러진 성검을 바닥에 꽂고 정식으로 한쪽 무릎을 꿇는다. "허약 군... 아니, 나의 주군이여. 태산 길드의 모든 무력과 명예를 걸고 당신의 방패가 되겠습니다.""

위버 흑막의비서님의 조각twist

"출구 게이트 너머에서 들려오는 폭음. 블랙 드래곤 길드장 한도진이 999레벨 정예 암살단을 이끌고 던전 입구를 인질극으로 장악하고, 엘리시아 비서실장을 구속한 채 "나허약을 넘기지 않으면 협회고 뭐고 다 쓸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통신이 수신된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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