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제2화: 성검이 두려워한 그림자

발행일: 2026. 10. 30. · 글자 수: 1031자

제2화: 성검이 두려워한 그림자 명장면 삽화
대성당 제단 앞, 거부당한 성검과 그림자 오라를 벼려낸 견습기사 카시안
대성당의 높은 돔 천장에서 쏟아지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오색 광선 아래, 숨이 멎을 듯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은빛 제단 중앙에 꽂힌 성검 엘리시온은 여전히 차갑게 식어 있었다. 백 년 만에 강림한 용사의 후보라 칭송받던 카시안의 손길을 매정하게 쳐낸 직후였다. "이단이다! 성검의 정화를 거부당한 불경한 자를 당장 포박하라!" 추기경의 새된 외침과 함께, 성당 외곽을 호위하던 신전 성기사단의 은빛 대검들이 일제히 칼집을 벗어났다. 기사단장이 거대한 대검을 치켜들며 카시안의 어깨를 향해 내리찍은 찰나였다. 쐐애액! 카시안은 물러서지 않았다. 대신 그의 발밑에 드리워진 짙은 그림자가 마치 살아있는 검은 뱀처럼 솟구쳐 올랐다. 쿠구구궁! 대검의 칼날이 카시안의 정수리에 닿기도 전에, 칠흑의 그림자 오라가 기사단장의 칼자루를 휘감아 단숨에 부스러뜨렸다. 부서진 쇳조각들이 성당 대리석 바닥 위로 비산했다. "착각하지 마십시오, 추기경 전하." 카시안이 부서진 검 조각을 밟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 속에 성검 엘리시온의 푸른 도신이 비쳤다. 성검은 단순히 카시안을 '거부'한 것이 아니었다. 도신 전체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백 년의 세월 동안 그 어떤 마왕 앞에서도 굴하지 않던 신성한 검이, 카시안의 영혼 깊숙한 곳에 잠든 '회귀자의 진정한 본질'을 마주하고 공포에 떨며 도망친 것이었다. "성검이 저를 거부한 것이 아닙니다. 성검이 제 안의 심연을 두려워해 움츠러든 것뿐이지." 추기경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떨렸다. 카시안은 성당의 제단을 등진 채 뒤를 돌아섰다. 그에게는 성검의 위선적인 신성 따위는 더 이상 필요치 않았다. 전생의 회귀 기억 속에서 보았던 북부의 거친 늑대 수인 용병대, 그리고 대륙의 끝자락 고룡의 둥지에 봉인된 고대 문자의 비밀이 그의 뇌리 속에서 선명한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성검이 나를 거부했다면, 나는 그림자로 새로운 신화를 직조할 뿐이다." 카시안은 그림자를 망토처럼 두르고 성당의 높은 회랑을 걸어 나갔다. 소년의 발걸음 뒤로 새로운 세계선의 문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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