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1,"prerenderedAt":26},["ShallowReactive",2],{"chapter-39c5aa3f-3f4c-407a-b450-4d33d65144a0-1":3},{"data":4,"meta":25,"message":23,"errors":23},{"public_uid":5,"chapter_number":6,"title":7,"body":8,"word_count":9,"likes_count":10,"comments_count":11,"illustration_url":12,"illustration_thumb_url":13,"is_liked":14,"published_at":15,"work":16,"navigation":22,"woven_fragments":24},"ab86da8d-13c1-4826-b401-ff9df7d15b6d",1,"제1화: 차가운 성검의 거부","신성 아카데미 루미나스의 중앙 대성당.\n천장을 떠받친 열두 개의 백석 기둥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아침 햇살은 눈이 시릴 만큼 정결했다. 서늘한 공기 속에는 촛농이 타들어 가는 냄새와 수백 명의 수습 기사들이 토해내는 숨죽인 긴장감이 짙게 엉겨 붙어 있었다.\n\n\"다음, 열일곱 번째 수습 기사. 카시안.\"\n\n대사제의 엄숙한 목소리가 성당 전체를 울렸다.\n줄지어 서 있던 기사 후보생들 사이에서 나지막한 웅성거림이 일었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름. 평민 출신으로 아카데미에 입학해 매 학기 검술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소년, 카시안.\n\n‘……정말로, 돌아온 건가.’\n\n카시안은 제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n마왕 발록의 심장에 성검을 찔러 넣던 순간의 타는 듯한 열기, 그리고 등 뒤에서 심장을 꿰뚫던 동맹군 기사단장의 싸늘한 강철 감촉. 피비린내와 잿더미 속에서 맞이했던 허망한 최후가 불과 몇 초 전의 일처럼 생생했다.\n하지만 지금 그의 앞에는 마왕의 성채 대신, 순백의 제단 위에 꽂혀 있는 거대한 대검이 있었다.\n\n태초의 빛을 품었다는 인류의 보물, 성검 엘리시온.\n\n전생에서 카시안은 바로 오늘, 저 제단 위에 꽂힌 성검을 뽑아 올리며 인류를 구원할 유일한 용사로 칭송받았었다. 그리고 그 영광의 대가는 처절한 배신과 죽음이었다.\n\n카시안은 천천히 제단 계단을 밟았다.\n열일곱 살 소년의 육체. 어깨를 짓누르는 근육의 피로조차 아직 채 여물지 않은 가벼움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 가라앉은 안광은 수천 번의 사선을 넘나든 노련한 사신의 그것과 같았다.\n\n\"카시안, 경건한 마음으로 신성한 검에 손을 얹어라. 너의 도덕적 결의와 순결한 영혼이 검의 파동과 일치한다면, 엘리시온이 네게 화답할 것이다.\"\n\n대사제가 온화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n카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무감각하게 손을 뻗어 성검의 자루를 쥐었다.\n순간, 머릿속에서 폭음과도 같은 반발력이 터져 나왔다.\n\n키이이이잉——!\n\n맑고 영롱해야 할 공명음 대신, 고막을 찢을 듯한 날카롭고 이질적인 파열음이 대성당을 뒤흔들었다.\n성검의 도신을 감싸고 있던 황금빛 신성력이 카시안의 손이 닿은 지점부터 핏빛처럼 탁하게 물들더니, 이내 끔찍한 냉기를 뿜어내며 소년의 손을 거칠게 밀어냈다.\n\n쩌저적!\n\n\"큭……!\"\n카시안은 반걸음 뒤로 물러섰다. 손바닥이 얼어붙은 쇳덩이에 덴 것처럼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n제단 위에 꽂힌 성검 엘리시온은 마치 더러운 오물을 만난 것처럼 진저리를 치며, 차갑게 식어 내린 채 푸른빛의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다.\n\n거부.\n명백하고도 완전한 거절이었다.\n\n\"……어, 어떻게 이런 일이?\"\n\"성검이…… 거부했다고? 저 카시안을?\"\n\"저 파열음은 뭐지? 신성력이 뒤틀렸어!\"\n\n대성당에 자리한 수백 명의 사제들과 기사들이 경악에 찬 비명을 질렀다.\n대사제의 얼굴 역시 사색이 되어 있었다. 태초 이래 성검이 후보자의 손길에 이토록 노골적인 혐오와 거절을 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n\n카시안은 고통으로 굳어진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n그의 입가에 자조적인 냉소가 스쳐 지나갔다.\n\n‘그렇군. 성검은 사용자의 영혼 파동과 도덕적 결의에만 감응한다.’\n\n회귀 이전, 마왕군 수만 명을 도륙하며 피로 젖은 영혼.\n동료들의 죽음을 목도하고, 배신의 칼날에 꿰뚫리며 품었던 뼛속 깊은 증오와 살의.\n그런 영혼을 품은 자가 열일곱 소년의 껍데기를 쓰고 돌아왔으니, 순결한 성검의 눈에는 자신이 마물보다 더 흉측한 괴물로 보였을 터였다.\n\n그때였다.\n카시안의 하얗게 질린 손가락 끝에서, 성검의 빛과는 전혀 다른 짙푸른 그림자 한 자락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n성검의 빛이 거부한 빈자리를, 전생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서늘한 어둠의 오라가 메우기 시작한 것이다.\n\n\"저, 저게 뭐야? 그림자……?\"\n\"신성 아카데미의 수석이 마기를 품고 있단 말인가!\"\n\n술렁임은 곧 거대한 공포로 번져 나갔다.\n하지만 카시안은 제 손끝에서 일렁이는 차가운 그림자를 보며, 태어나 처음으로 해방감을 느꼈다.\n\n위선으로 가득 찬 성검의 빛 따위, 더는 필요 없었다.\n\n\"거부하겠다면 마음대로 해라.\"\n카시안은 차갑게 식은 성검을 등 뒤로 돌려세우며 나직하게 읊조렸다.\n\"이번 생은 너 따위에게 매달려 세상을 구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n\n소년의 눈동자가 대성당의 가장 어두운 구석을 날카롭게 응시했다.",2113,8,0,"\u002Fstorage\u002Fillustrations\u002Fchapter_ab86da8d-13c1-4826-b401-ff9df7d15b6d_scene.png","\u002Fstorage\u002Fillustrations\u002Fchapter_ab86da8d-13c1-4826-b401-ff9df7d15b6d_scene_thumb.webp",false,"2026-10-29T16:56:31+00:00",{"public_uid":17,"title":18,"current_chapter_count":6,"status":19,"creator":20},"39c5aa3f-3f4c-407a-b450-4d33d65144a0","회귀했더니 성검이 나를 거부한다","recruiting",{"display_name":21},"달빛서사시",{"prev_chapter_number":23,"next_chapter_number":23},null,[],[],1793335484768]